[낚시와자연] 사랑방/화보조행기

[여울목] 태안권을 돌아보고 오다.

여울 목 2015. 5. 15. 18:36

 전날밤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오전을 넘기자 그치기 시작했다.

 인천에서 진박형님으로부터 전화를 걸어와 일정에 체크하고 우리는 예정된 시간에 맞춰 도구와 간단한 짐들을 챙겨 싣고는 집을 나선다.

 비 내리고 안개가 자욱한 토요일의 시간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나들이 길에 오르고 있는듯 차량들은 거북이 걸음으로 느리고 더디기만 하다.

 닷개지 한상철 형님의 회갑이라 강원도 정선 구절리에서 가져온 장뇌산삼주 한 병을 차에싣고 내려가는 길은 왜이리 더디기만 한것인지....서산을 지나면서 간간히 햇살이 비추고 있다.

 어느덧 닷개지에 도착하여 한상철 형님의 회갑을 축하해드리고 맥주 한잔을 마시고는 바로 이원수로로 향한다.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과 비 후 흐린 날씨로 인해 낚시를 하는 사람들은 보이지를 않는다.

 자리를 잡고 대를 펴본다. 몇 차례의 깔딱거리는 것이 잔챙이들이 달려드는것 같고 좀처럼 입질을 보이고 있지를 않다. 그러는사이 진박형님 내외분께서 도착을 하여 자리를 잡고 대를 편다.


 바람과 함께 안개가 밀려오고, 한 시간여 기다림에 미동도 않는 찌를 걷어 민박집으로 철수를 한다.

 진박형님께서 건강이 좋지를 않다보니 노숙을 하기가 어려워 오늘도 여지 없이 닷개민박에 방을 정하고 음식을 준비하여 식사와 소주 한 잔으로 얘기의 절정을 피운다.

 저녁을 먹고 밤 9시경 나와 아내는 밤 낚시를 위해 이원수로로 다시 향해본다. 수로의 상류에는 두어팀이 텐트를 치고 노숙을 하며 대를 펴고 밤낚시에 여념이 없는게 보인다.

 철수전 담궈놓은 채집망을 꺼내보니 새우가 가득하다. 일반 저수지 보다 굵은 씨알의 새우는 알을 배 더욱 굵기만 하다. 새우를 미끼로 꿰어 조심스레 대를 편다.

 밤 하늘은 별이 총총하기만 하다. 그러나 약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안개가 드리워지고 있고 함께 밀려드는 찬 공기로 인해 싸늘해져오는 몸을 녹이려 이리 저리 움직여본다.

 멀지않게 보이는 태안화력발전소의 불빛도 안개속으로 감추기 시작하면서 또 다른 멋을 자아내고 있다.


 밤이 깊어가고 간간히 낚시꾼의 차량이 들어오는 것이 보인다. 서울에서 왔다는 조사님 한 명이 다가와 함께 얘기를 나눈다. 그는 상류쪽에서 낚시를 했다고 하는데 아침나절에 9치급의 토종붕어 3수를 했다고 한다. 이후 입질이 없어 있다가 우리를 보고는 와 봤다고 한다. 그 조사님과 한참을 얘기 나누다보니 벌써 자정이 넘어가고 있다.

 미동도 없는 찌! 자욱한 안개로 인해 주위가 보이지 않는다. 더이상 기다리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기에 대를 걷고 채집망에서 굵은 새우만을 꺼내 민박집으로 철수를 한다.

 

 새벽5시에 일어나 라면을 끓인다. 새벽에 잡아온 굵은 새우를 넣고 끓인 라면은 더욱 맛이 좋기만 하다.

 진박형님과 나는 이원수로를 들어서며 입을 벌리고 말았다. 어느결에 들어왔는지 대형버스 2대가 들어왔고 수로의 양쪽으로는 꾼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서울의 어딘가에서 시조회를 온 모양이였다. 긴 수로는 이미 그들로 점령이 되어 있었고 하류쪽으로는 보트도 몇대가 떠 낚시를 하고 있었다.

 우리는 아래로 밀려 간신히 자리를 잡고 대를 편 후 한 시간을 기다렸으나 입질도 없다. 수로는 물이 너무도 맑다. 밑바닥이 훤히 보일정도로 맑고 거기에 수위가 20여센티미터 이상 줄었다.

 결국 대를 걷어 수로탐사를 시작했다. 수로의 이곳 저곳을 찾는 중 햇살이 훤하게 비춰온다. 그러나 수로의 곳곳에는 낚시대를 드리운 조사님들이 많았지만 모두가 한결같이 빈바구니였다.


채집망에 들어간 황소개구리 올챙이

 

 신두3호지를 향해본다. 고개를 넘어 저수지가 보이는데 이곳도 벌써 꽤 많은 꾼들로 점령이 되어 있었다. 저수지에 다다르니 대형버스가 한 대 있고 역시나 어느 모임에서 시조회를 치루는 모양이다.

 아이들과 아녀자들이 나물을 뜯고 있고 저수지에는 꾼들이 대를펴고 있으며 본부석에는 몇몇이 모여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

 이곳에서 잠시 대를 담궈본다. 그러나 역시 입질은 없다. 살림망을 담궈놓은 사람들은 몇명이 보이나 아직 활성도가 떨어지는지 조과가 시원찮다.


신두3호지(황촌리지) 상류의 모습

 

 발길을 돌려 신두2호지를 향해본다. 황촌리수로를 찾아볼까 하다가 공사차량인 덤프들이 많이 이동을 하고 있고 공사중인것으로 보여 다음으로 미뤄본다.

 2호지(섭벌지)를 찾으니 이곳도 역시나 시조회를 치루느라 정신이 없다. 따사로운 햇살과 좋은 날씨로 시조회를 치루는 모임들이 많은것 같다.

 2호지를 하류에서부터 상류까지 한 바퀴 돌면서 조황을 본다. 그러나 이곳도 조황은 시원찮기만 하다. 저수지의 수온은 아직 차갑다.


양지녘에 피어난 들꽃

 

 간단히 짜장면으로 점심을 먹은 우리는 짐을 챙겨 중왕리수로를 향한다. 이미 점심시간을 넘긴 시간이라 햇살은 따갑기만 하다.

 중왕리 수로에 도착하니 이곳도 여지없이 많은 꾼들로 북적댄다. 초입부터 많은 차량들이 늘어서 있고 2번 다리에 이르자 주차를 할 곳도 없을 정도로 많은 조사님들이 자리를 하고 있다.

 우리는 자리를 잡고 조황을 살핀다. 보트가 몇척 떠있고 그들은 살림망을 담궈 고기를 잡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따뜻한 햇살로 인해 뗏장수초가 우거진 곳으로는 4, 5치급의 붕어가 떠다니며 쪽쪽댄다.

 보트에서 간간히 잡아올리는 붕어는 5, 6치 정도로 되어보인다. 그 낚시인에 물으니 몇일전만 해도 9치급이상의 굵은 붕어가 잘 나왔다고 한다.


 

 중왕리 수로는 물색이 탁한것이 좋다. 떡밥낚시를 하고 있는 사람은 연신 잡아 올린다. 물론 뼘치의 붕어들이다.


 찌 넘어에서 한가롭게 노닐고 있는 물오리들이 보인다. 잠수를 하고 나와서는 젖은 깃털을 부리로 고르는 모습에서 한가로움보다는 꼭 해야 할 일들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중왕리수로에서 철수하여 진박형님 내외분께서는 인천을 향해 올라가시고 우리부부는 대호만으로 향한다. 대호만에도 낚시를 나온 꾼들이 꽤나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호조황으로는 보이지를 않는다.

 대호만 해창, 당진포리, 온동을 거치는 동안 별다른 조황을 볼 수가 없었다. 오히려 날씨가 추워 살얼음이 얼었다 녹었다를 반복하던 때가 조황이 좋았던것 같다.

 

 날씨가 많이 따뜻해졌다.

 수양버들은 어느결에 푸르르기 시작했고 햇살좋은 곳의 부들에서도 새순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들판에서는 농삿일 준비에 여념이 없는 농부님들의 손놀림이 빨라지고 있다.

 얕으막한 산허리에 막 피어난 진달래꽃도 보인다. 자연을 찾아 나서는 길이 더욱 즐겁고 좋을 수 밖에 없는 지절이다.

 푸르른 옷으로 새 단장을 하는 산야와 울긋불긋 채색을 하며 한껏 뽐내는 자연에 그저 감사히 감상을 하고 즐기기만 할 따름이다.

 

 이번에도 자연과 찐한 만남을 뒤로 하며 나날이 변해가는 모습만을 확인하고 돌아온 발걸음이 마냥 가볍기만 하고 또 다시 나설 생각에 가슴이 들뜨기만 하다.

 

 

 서기이천칠년삼월이십오일  태안권 출조후...바닥낚시를 즐기는 [여울목] 씀.